by A&Z 2010. 9. 12. 17:44


오늘날 미식가와 대식가를 딱히 구분짓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미식가를 대식가의 한 단계 위 반열에 올리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염천에 땀을 흘리며 그 유명한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의 미식예찬을 읽었다. 시대를 한참 앞서 살다 간 분이라 요즘 기준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미식가의 정신이 알알이 박혀 있는 명저였다.  


이제 앞으로 브리야 사바랭을 식신(食神)으로 모셔야 겠다. 그의 빛나는 책을 미식가들의 성서로 받들 생각이다. 항상 머리맡에 두고 한 귀절 씩 음미하면서 삶에 나이테를 더하려고 한다. 그 분이 스스로를 '교수'라 칭하고 책의 첫머리에 내건 잠언 20 가지로 새 블로그를 시작한다.  

음식의 영역은 매우 다양하다. 그 거대한 나무의 가지는 세계사,음식사,문화인류학,심리학,의학, 식품영양학, 여행 및 기행,전쟁사,그리고 요리 등으로 무한히 뻗어나간다. 이 흥미로운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좋아하게 됐다는 점 자체가 내겐 큰 행복이다. 공자의 지호락(知好樂)의 3단계를 각 분야에서 차근히 밟아갈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 될 터다. 아! 이 작은 행복감.     

[브리야 사바랭의 잠언]
1. 생명이 없으면 우주도 없으며, 살아있는 모든 것은 양분을 섭취한다. 
2. 동물은 삼키고,인간은 먹고,영리한 자만이 즐기며 먹는 법을 안다. 
3. 한 나라의 운명은 그 나라가 식생활을 영위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 
4.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
5. 조물주는 인간이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도록 창조했으며,식욕으로써 먹도록 인도하고 쾌락으로써 보상한다. 
6. 미식은 맛있는 것을 그렇지 못한 것보다 선호하는 우리의 판단 행위다. 
7. 식사의 쾌락은 나이와 조건과 나라를 불문하고 나날이 경험된다. 그것은 다른 어떤 쾌락과도 어우러질 수 있으며, 이 모든 쾌락이 사라진 뒤에도 마지막까지 남아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8. 식탁은 첫 시간이 지루하지 않은 유일한 자리다. 
9. 새로운 요리의 발견은 새로운 천체의 발견보다 인류의 행복에 더 크게 기여한다.
10. 소화를 못할 때까지 먹거나 취할 때까지 마시는 사람은 먹을 줄도 마실 줄도 모르는 사람이다.
11. 음식은 기름진 것에서 시작해 가벼운 것으로 끝낸다. 
12. 음료는 가장 순한 것부터 시작해 화끈하고 향이 강렬한 것으로 끝낸다. 
13. 포도주는 중간에 바꾸는 법이 아니라는 주장은 별스런 소리다. 혀는 감각이 
      점점 둔해져 셋째 잔 이후로는 아무리 좋은 포도주라도 무딘 반응만 일어날 뿐이다.
14.  치즈 없는 후식은 애꾸눈의 미녀와 같다. 
15. 요리는 습득이나, 굽기는 생득이다. 
16. 요리사의 가장 필수적인 자질은 시간 엄수다. 그것은 동시에 손님의 필수 자질이기도 하다. 
17. 늦는 손님 한 명을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것은 이미 온 손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18. 친구들을 초대하고서 식사 준비에 아무런 정성도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친구를 사귈 자격이 없다.
19. 안주인은 늘 커피가 훌륭한지 살피고 바깥주인은 술이 최고품인지 확인해야 한다. 
20. 사람을 초대한다는 것은 그가 내 집 지붕 밑에 있는 내내 행복을 책임지는 일이다.  





by A&Z 2010. 8. 2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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